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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과학자로서 한국 사회를 보며 가장 의아하게 생각했던 점이라면 과학기술계 침체에 대한 공공연한 개탄이다 . 그리고 유능한 젊은이들이 과학기술계를 도외시하는 풍토에서도, 정책 입안자들은 과학기술계를 거의 맹목적으로 칭송하고 있다.젊은이들의 과학기술계 기피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여타 국가의 예를 살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우선 한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일련의 기술 과학이 가져다준 ‘성공’의 신화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혹자는 한국 과학기술의 성공을 한국민의 문화적 우월성에서 찾고, 혹자는 재능 있는 인재들에 의해 성취된 교육 제도의 소산이라고도 하지만,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면 주된 원인은 양질의 노동력을 비교적 저렴하게 사용했던 것이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저렴한 노동력에 기반한 기술의 발전은 이제 중국에 그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
선진 강국의 선례를 비춰 보면 종래의 방식에 따른 과학기술계의 위기를 ‘시장변화(market shift)’라는 경제적 측면에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즉, 선진국은 이미 과학기술을 시장 가치로 파악, 수요가 적을 때는 과학기술 또한 수요에 따라 판도가 변해왔다. 이는 한국과 같이 생활수준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나라에서는 저렴한 노동 생산성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은 이미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로의 전환이 한창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패턴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좀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국은 이미 지식사회, 기술집약 사회로 대변되는 탈(脫)산업(post -industrial) 경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구조적 전환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직업의 안정성에 역점을 두었던 종래의 교육 패턴은 현재의 과학기술 종사자는 물론 미래의 과학기술인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명문 스탠퍼드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던 제자들이 전공을 박차고 금융이나 사업 쪽으로 과감히 투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머지않아 일어날 것이다. 영재들을 선별해서 오직 과학기술만을 가르치는 것 역시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우리는 세계의 흐름에 발 맞추어 가야 한다. 교육 행정에 몸담은 과학자로서의 경험을 종합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학부생 교육의 초점을 ‘능력 있는 국제인(powerful globalist)’ 양성에 두어야 한다. 이공 계 전공 과목 이외에 독립성, 도전 정신, 외국어 능력 그리고 인간관계에 관한 과목 등을 보강해, 단순한 기술전문직 양성의 수준을 벗어나야 한다. 이공계 학문의 본질은 지식인을 만드는 문(door)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공계 대학원 교육의 초점을 ‘첨단의 창조성(cutting-edge creativity)’에 두는 것이다. 탈(脫)산업시대의 진정한 동력은 창조성이 될 것이고, 이를 첨단과 연결할 때 비로소 대학원은 학부와 차별화돼 한 차원 더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해결 방안은 별개가 아니며 ‘국제 감각을 지닌 과학기술인’이라는 미래 사회에 걸맞은 전도유망한 이공계 학도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세계에서 챔피언이 되고 싶어 하고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한다. 과학기술계 또한 예외는 아니다. 미국인의 아침 식사를 고기와 감자가 차지하고 있을 때 콘플레이크 제조사들은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라는 광고 문구로 기존 식사를 밀어내고 시장을 선도했다. 이러한 창조성 위주의 아이디어는 언제나 유효하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이공계 ‘구하기(save)’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창조·발전시켜 우리보다 앞서가는 여타 선진국 대열에 참여할 수 있는 ‘시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과학기술 숙련자 양성이 저녁 식사였다면, 국제적 감각을 가진 진취적 과학기술인 양성은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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